
2008년 12월 12일(금) 맑음.
07:00 기상.
아프리카에서의 첫번째 아침.
25시간을 날아와 피곤한 몸은 삐그덕 거리는 2층 침대만으로도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말라이아 모기 때문에 깊은 잠을 들 수 없었다. 자다가 깨길 반복하며 모기약을 뿌리고...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밤을 보냈다.

현지 음식에 자신 없다는 드라이버 누나를 방에 남겨두고, 미케닉 형과 둘이서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첫 손님인가...

메뉴는...
바나나 반토막, 토스트빵 2개, 소세지 1개, 계란 후라이 1개, 우유를 섞은 홍차, 버터와 딸기잼 약간. 200케냐실링(약 4,000원).
게눈 감추듯이 후다다닥 먹어 치우고..
조나(우리를 안내 해줄 가이드)가 오길 기다렸다.

3일간 지내게 될 유스호스텔. 1박에 US$ 10.
값이 싼 만큼 시설은 그다지...
물이 부족한 나이로비에서는 샤워장의 온수도 시간에 맞춰 나온다.
PC방을 사이버 카페라고 부른다. ㅋ 김흥국의 씨버러버가 떠오른다.

아프리카 어딜 가든 쉽게 눈에 띄는 STOP AIDS.
로버트 게스트의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을 읽어보면 아프리카와 에이즈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커피농장.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라해서 케냐에 들르면 커피 농장을 꼭 가고 싶었다.
케냐 AA보다 에티오피아 하라를 더 좋아하지만... ;;;;
커피농장으로 가는 길가 풍경.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교통체증도 심하고 전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매연이 심한 도시라고 한다.
대부분의 차량이 연식이 오래되고.. 정비도 제대로 받지 않아서 시커먼 매연을 뿜어낸다.
그 와중에 정체된 차량들 사이로 과일장수가..
우리나라의 뻥튀기 아저씨쯤 되려나.. 아무튼 과일은 엄청 싸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도로에 차가 막히길래..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앞서가던 유조차가 사고가 났다.
불자동차도 출동하고..
아프리카에 온지 이틀만에 굉장히 어지러운 오전이다.

아무튼,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파라다이스 커피 농장', 케냐에서 가장 큰 커피 농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생각했던 농장 투어는 할 수 없다는... ;;;;
수확시기에 방문해야 여인네들이(값싼 노동력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커피빈을 수확하는 모습과 즉석에서 로스팅한 케냐 AA의 참맛을 맛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수확철이 아니라서.. ( __)

너무 허무하게 커피 농장 방문이 30분 만에 끝나버렸다.
이거 어쩌지.... 오늘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려고 했는데..ㅡㅡa
시내구경을 갈까.. 고민하던 중 같이 있던 여행사 사장님(한국인)이 '아이들'을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나이로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국인 선교사가 현지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를 가르치는 곳이 있는데, 거길 가보겠냐고 하셨다.
우리는 케냐의 실제 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에 call 하고 '단도라'로 이동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케냐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외국 관광객이 케냐를 방문해도 이런 곳을 방문할 기회는 거의 없겠지만...
길가에서 침대를 팔고.. 외부 마감이 안된 건물들..

매연으로 하늘이 뿌옇다.

길가의 나무그늘아래 사람이 한명씩.
내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아저씨.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나오는... 그사람 닮은것 같다.
다이아몬드를 발가락사이에 숨기던.. 이름이...ㅡㅡa

감자... 바나나....
시장풍경.
ㅇ

저 폐타이어들은...
지난번 나미비아 여행기에 등장한 포세가 만들던 타이어 슬리퍼의 잔해들.

현지인인 운전수 조나도 길을 잘 모르 정도로 외진곳이라..
전화를 걸어 물어물어 1시간 동안 찾아서 도착한 단도라 교회.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만나게 될 '아이들'이 내가 알고 있던 '아이들'인지 몰랐다.
돈이 없어서 교회 건물은 아직 다 짓지 못한 상태였다.

중력을 이용해 바로 낙하하는 화장실.
화장실 벽에 쓰인 문구들....

한참 공사중인 교회.
임시로 예배당을 만들어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교회 옥상에서 내려다 본 세계 3대 슬럼가 고로고초.
고로고초는 스와힐리어로 '쓰레기장'이라는 뜻이다.
저곳은 수도 나이로비에서 발생되는 하루 수백톤의 쓰레기가 매일매일 들어오는 곳.
그 쓰레기장 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

Jirani choir....
지라니 성가대...?
혹시.... 지라니합창단 ?
2년 전 신문기사에서 처음 알게된 지라니(좋은 이웃이라는 뜻) 합창단, 한국인 선교사가 케냐의 빈민가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만들어서 케냐, 미국, 한국 등을 순회하며 공연을 하고 있는 합창단이다.
케냐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아리랑을 부른 모습을 보고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그 '아이들'이 사는 곳에 내가 와버렸다.
(자세한 내용은 '지라니합창단'을 검색해보세요.)

부산에서 자원봉사와서 피아노(52년된 피아노) 반주를 해주던 여학생.
그리고, 한국인 선교사 한분.
우리를 맞이해준 아이들은 환영의 의미로 '도라지타령'을 들려주는데.. 감동의 쓰나미가..
아리랑... 잠보(Jambo)..를 차례로 들려줬다.
사진속 아이들은 지라니 합창단의 2진 아이들이라고 한다.
당시 1진(노래를 잘하는 아이들)은 공연하러 한국에 가 있다고 했다.

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


드라이버누나와 미케닉형은 잼베를 두드리던 저 아이의 후원자가 됐다.
1년에 12만원이면 저 아이가 기숙사가 있는 '좋은'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가 선물을 준비 못했다.
그래서 가까운 슈퍼에 들러 과자를 사와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짧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연을 봤다.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선교사 분께 물었다.
"고로고초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나요?"
"좀 위험한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저희는 괜찮습니다만...."
"그럼.. 안전요원 4-5명 정도 대동해서 가는게 좋을것 같네요."
교회에서 일하는 현지인 아주머니의 아들과 아들 친구(체격이 좋은..)4명을 불러서 고로고초로 들어갔다.


고로고초, 1.5 평방 킬로미터.. 약 16만명이 비좁게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고로고초는 케냐 정부에서 외국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곳이라고 한다.
자기네 나라의 못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정부가 어디 있으랴..
선교사님 얘기로는 최근에도 미국에서 방문한 기자가 고로고초에서 칼을 든 강도를 만나 다쳤다고 한다. ;;;

하지만, 이 세상 어딜가든 아이들은 밝다.

우리 일행의 가방을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우리 뒤를 바짝 붙어 가방에 손을 델려고 했다.
그럴때마다 대동한 덩치큰 사내들이 우리에게 가방 조심하라고 얘길 해줬다.

안녕?

저 가게에서 팔고 있는 생필품은 모두 수도 나이로비에서 들어온 '쓰레기'이다.
쓰레기더미에서 쓸만한 물건을 주워서 판매하고.. 저 동네 사람들은 저걸 구입해 사용한다.

악취가 코를 찌르고..
길거리는 신발을 신었음에도 불쾌할 정도로 지저분하다.
어느 관광객이 케냐에 와서 이런곳에 들를까..
같이간 현지 한국인 여행사 사장님도 케냐 생활 11년동안 처음 방문했다는... ;;;;;

놀라지 말 것.
위 사진속 물건들은 팔려고 진열 해놓은 물건들이다.
당연히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물건들이고...... 하................... 씁쓸하다..
저걸 사가는 사람이 있다는게 참........

사진속 날짜는 2008년 12월 12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지 얼마 되지 않는 날.
케냐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생가는 나이로비에서 600km정도 떨어져 있지만, 고로고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박지성. ㅎㅎ 지쏭 빠르크를 저기서 만나다니 ㅋ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쓰레기 매립장.
선교사분께서 되물었다.
"저 쓰레기장까지 가보실꺼에요?"
"뭐 저희들은...... 괜찮은데.."
"진짜 걱정돼서 다시 묻는건데.. 비위 약하신분은 안가시는게..."
제일 걱정되는건 드라이버 누나지만.. 누나도 괜찮다고 하니..

지라니 합창단의 한 아이(한국에 가 있는)의 엄마가 장사하는 곳에 들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너무나 반겨주던 아주머니.
자기 딸은 노래를 부르러 한국에 갔는데, 한국사람이 찾아 왔으니 얼마나 반가울까..
바나나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길래, 점심겸해서 아주머니네 바나나를 모두 팔아줬다.

건물은 중세시대의 성처럼 생겼고,
쓰레기장에서 흘러온 오염된 물과 인분이 섞여 동네를 가로질러 흐르고, 아이들은 맨발로 다닌다.

바나나를 팔던 아주머니의 집을 구경하러 갔다.
케냐의 가장 리얼한 곳.
'ㅁ'자 형태로 된 아파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가로 폭은 60cm 남짓.
집 내부는 너무 좁아서 내가 들어갈 자리도 없었다.
방과 거실 부엌의 개념도 없는 아주아주 좋은 곳.
나와 눈이 마주친 1층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잠보 ! :)

햇빛 한줄기가 겨우 들어오는 아파트.

화로를 파는 아저씨.
가스가 없느니, 저곳에서는 당연히 아직도 숯을 이용해 밥을 지어 먹는다.
주식을 옥수수 가루로 만든 '우갈리'라는 빵.

누구냐 넌?

고로고초내의 학교.
폐허 같은 곳에서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아프리카가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현지인의 인식변화라고 한다.
'우린 안될꺼야..' '그냥 이대로 살지 뭐...' 라는 의식이 강해서 배움에 대한 열의도 약하다.
물론, 교육시설도 열악하지만..
넬슨 만델라 같은 유능한 인물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아마 아들녀석의 축구화겠지?
사디다스. ㅎ

본격적인 고로고초의 시작.
저 멀이 마을을 지나 매립장 입구에 도착했다.
쓰레기장 가운데 앉아있는 아저씨.

숨쉬기 힘들 정도의 악취.
입으로 숨쉬는 것 조차 불쾌하다.. 아........

분리수거는 당연히 하지 않기에 음식 쓰레기가 많은 매립장엔 흉악하게 생긴 새들도 많다.
1년 내내 쓰레기를 태우고 있어서 매운 연기로 가득하다.

이름 모를 저 새들은 크기가 6-7세 꼬마아이와 키가 비슷할 정도로 크다.
음식 쓰레기를 먹으며 저 곳에서 산다고 한다.

절대 죽은 돼지가 아닙니다......
매립장내에 방목(?)해서 키우는 돼지라는데...
저렇게 키운 돼지를 먹는다고 한다.. 아.... 이런.............

수도 나이로비에서 출발한 쓰레기차가 도착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장에 내다팔만한 쓸만한 물건을 골라낸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 노는 아이들.
자세히 보면... 저 정체불명의 포대자루에 국내 L기업 심볼이 찍혀있다는...

고로고초 쓰레기 매립지는 약 16만평.

쓰레기를 뒤지는 돼지.
지금까지 목격한 가장 처참한 장면이다.

사람들이 분리해놓은 PET병.
저렇게 분리해서 따로 팔아 돈을 번다고 한다.

40분 가량 쓰레기장을 가로질러 반대쪽으로 나왔다.
온 몸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ㅠㅠ
안전하게 우리를 지켜준 젊은 친구들에게 음료수라도 한명 사주기 위해 슈퍼에 들렀다.

치즈 자르던 소년.

고양이 눈에도 낯선 이방인은 신기한가보다.

우리도 슈퍼에서 음료수를 마실려고 했으나,
여행사 사장님께서 케냐에 왔으면 맛 봐야하는 맥주가 있다며 슈퍼 2층의 맥주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Tusker.
터스커라는 케냐맥주.
상아라는 뜻의 터스커는 약간 씁쓸한 맛이지만 뒷맛이 깔끔하다.
몇년전 세계 맥주대회에서도 상을 받았을 정도로 맛이 괜찮다는...
그중 '화이트 캡'은 케냐산의 만년설이 녹아서 흘러내니는 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어딜가든 술은 항상 철창속에서 판매한다. ㅎ

맥주가게 아주머니.
세계 어딜가나 경품행사는 마찬가지구나.
새로나온 술 프로모션차 실시하는 경품 행사 같은데..
Buy, Scratch, Win...
사서 긁으면 이긴다. ㅋ
경품이 현금인가보다..

터스커 한병에 80 케냐실링...약 1,600원 정도..
나중에 남아공에서 한국으로 들어올때 터스커를 하오고 싶었으나...
터스커는 케냐에만 판다는... ㅠㅠ


해질무렵의 고로고초.

생선인가.... ? ㅡㅡa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오는 길.
길가의 헤어샾.
마음같아서는 들어가 내 머리를 맡겨보고 싶다. ㅎ
최신 유행하는 케냐 스타일로 해주세욧 !

유스호스텔에 도착.
맥주때문에 배가 불러 저녁 생각이 없던 우리는 인근 과일 가게로 갔다.

거기서 50 케냐실링(1달러=75 케냐실링)짜리 후르츠를 사먹었다.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비싼값에 파는 열대 과일들을 여기에선 아주아주아주 저렴한 값에 만날 수 있다. +.+
끄읕.
다음 동물 이야기에서 만나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언제나처럼 가슴벅차지는 여행기 보다가, 이번엔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는 여행기네요.
정말, 사실이라고 믿고싶지 않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구경하고 갑니다.
덕분에 항상 좋은 여행기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번 껀 여행기라기보단 흡사 르포취재같은 전개인 것 같았음...
남들 다볼 수있는 곳보다 남들이 못가본 곳을 보고 왔으니 당신은 다보고온거임..
승리자~~예~ lol
시킨건 다했냐. ㅎㅎ
이제 할려구 컴텨켰다면 자넨 믿을텐가??
어제 본 다큐 중에 고로고초와 지라니합창단이 나온 다큐를 보구...일면식도 없는 인연이지만..여기서 본 게 있어서 괜시리 친근하더군..ㅎㅎ
나도 자네와 같은 길을 걷고있다네. ㅋ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W' 를 보는듯 함.
나도 W 좋아함.
BA까페에서 글을보고 오랜만에 다시들어왔는데...
새로운 여행기가 시작되었네요! 이거 너무 늦게알아버렸습니다!
어제 집에서 어머니와 귤을까먹으며 아프리카어린이들 합창단이 나오는 다큐를보았는데 바시미님도 보셨다니! 그걸보고 이 포스팅을 보니 무언가를 더느끼게됩니다. 고로고초는 마침 영화 'District 9'에나오는 외계인들의 마을과 똑같이생겼네요...
앞으로 올라올 2부,3부, 쭉 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
임팩트 강한 사진들이 가득하네요. 케냐의 이야기나 쓰레기 더미의 이야기는 방송에서 나오는걸 보고 아 그렇구나 라고 생각만 했지 막상 이렇게 보니 마음 한곳이 저리네요.
사람들의 인상은 모두 미소가득!!
좋은 사진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D
나도 지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